Page 4 - 황금독서클럽 뉴스레터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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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우리는 다르게 볼까요?
디터 제의 ‘결깨짐(decoherence)’은 관찰자가 전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개체로
분화된 세계를 경험한다고 설명합니다. 막스 테그마크Max Tegmark는 높은 하늘에서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는 관점을 ‘새의 관점’이라고 부르고, 눈앞에 놓인 좁은 시선을
‘개구리 관점’이라고 했어요. ‘우물 안의 개구리’란 말과 딱 맞아떨어지는 표현이죠.
모든 것은 하나이지만, 다만 우리 각자의 좁은 시선이 서로 다른 부분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신과 우주가 하나라는 관점
이 우주의 모든 것이 하나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이유를
기독교나 이슬람에선 우주 밖에 설계자(신)를 주장합니다.
하지만 페스는 굳이 외부 설계자를 가정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의 파동함수에서 비롯되었기에 신과 우주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죠. 이는 스피노자의 범신론
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쯤에서 소양 있는 한국의 독자들은 《천부경》을 떠올릴
겁니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로 시작하는 《천부경》은
근원적인 ‘하나’에서 만물이 창발하고 변화하지만, 그 본질은
변함없이 영원하다는 일원론적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양자
역학의 최신 연구가 고대 선조들이 우주에 대한 통찰과
무척 닮았다는 사실에 놀라울 겁니다.
하나를 자각한다는 것
페스는 고대인들이 직접 우주와 하나 되는 경험을 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는 “모든
것은 하나다”라는 인식은 단순한 물리학 가설이 아니라, 기후위기·팬데믹·분열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철학적 지침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에서 비롯된 존재다.’ 우리는 하나에서 비롯되었기에 다양성과 차이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The One’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입니다.
2025 October•04

